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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환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시간'이다. 심정지, 중증외상, 뇌졸중, 심근경색과 같은 응급질환은 단 몇 분의 지연이 생명을 좌우한다. 그러나 우리는 오랫동안 '응급실 뺑뺑이'라는 안타까운 현실을 마주해 왔다. 환자를 태운 구급차가 수용 가능한 병원을 찾지 못해 여러 의료기관을 전전하는 동안 골든타임은 속절없이 흘러갔고, 이는 국민의 불안과 의료체계에 대한 신뢰 저하로 이어졌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추진되는 '응급실 뺑뺑이 없는 응급환자 이송체계 혁신 시범사업'은 단순한 제도 개선을 넘어 응급의료 전달체계를 근본적으로 혁신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정부가 추진한 '응급환자 이송체계 혁신 시범사업'이 큰 성과를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와 소방청은 지난 3월부터 5월까지 광주광역시, 전북특별자치도, 전라남도에서 진행한 시범사업 결과를 6월 18일 발표하고 응급실 미수용 문제 개선에 효과가 있었다고 밝혔다. 이번 시범사업은 지방자치단체와 의료기관, 소방이 협력해 지역의료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이송체계를 재정비한 것이 핵심이다. 특히 구급대, 시·도 구급상황관리센터, 응급의료기관 간 환자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병원 수용 가능 여부를 즉시 확인하는 절차를 마련했다.
또 지역 내 수용이 어려운 경우에는 광역 단위 상황실과 연계해 전국 병원 중 수용 가능 병원을 빠르게 찾거나 이송·전원 병원을 지정하는 방식으로 지연을 줄였다. 정부는 이번 성과를 바탕으로 9월까지 시범사업을 전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병원 단계에서도 응급환자를 적극적으로 수용할 수 있도록 응급의료 전달체계를 개편할 예정이다. 아울러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 하위법령 정비와 필수의료 배상보험 지원 확대도 함께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광주에서는 6개 응급의료기관 당직의사, 구급대, 광역상황실이 참여하는 '중증응급환자 이송병원 결정 위원회'를 구성해 총 27건의 이송 지연 사례를 해결했다.
전북은 '119 구급스마트시스템'을 활용해 병원 선정 시간을 전년 대비 3분 15초(27.3%) 단축, 평균 8분 40초까지 줄였다. 전남은 광주 의료기관과의 연계를 강화하고 광역상황실 지원 요청을 확대해 의료자원 부족 문제를 보완했다. 광역상황실 중심의 공동 대응체계도 강화됐다. 시범사업 기간 이송병원 선정 지원 건수는 월평균 5건(2025년)에서 41건으로 증가했으며 전원 조정 건수는 월평균 113건에서 94건으로 감소했다. 구급대 역할도 확대됐다. 병원 간 전원이 필요한 경우 환자 이송 후에도 응급실 대기 등 후속 지원을 수행하며 총 45건의 전원 지원을 처리했다.
핵심은 환자를 가장 가까운 병원이 아닌, 가장 적절한 치료를 즉시 제공할 수 있는 병원으로 신속하게 이송하는 것이다. 그동안 응급환자 이송은 병원의 실시간 병상 정보 부족, 의료진 가용 여부 확인의 어려움, 병원 간 정보 공유 미흡 등으로 비효율이 반복됐다. 이번 시범사업은 소방과 의료기관, 응급의료상황실 간 실시간 정보 공유를 강화하고, 병원의 수용 가능 여부를 신속히 확인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불필요한 이송 지연을 최소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는 현장에서 구급대원이 병원을 일일이 확인해야 했던 부담을 줄이고, 의료기관 역시 환자 수용을 보다 체계적으로 준비할 수 있도록 돕는다.
특히 중증도에 따른 맞춤형 이송체계는 응급의료의 질을 한 단계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모든 응급환자가 상급종합병원으로 몰리는 현상을 줄이고, 질환과 중증도에 맞는 의료기관으로 환자를 분산하면 지역응급의료센터와 권역응급의료센터의 역할도 더욱 명확해질 수 있다. 이는 의료자원의 효율적 활용과 의료기관 간 협력 강화라는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물론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실시간 병상 정보의 정확성과 신뢰성을 확보해야 하며, 의료기관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낼 제도적 지원도 필요하다. 또한 구급대원과 의료진이 새로운 시스템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교육과 훈련이 병행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지역 간 의료 인프라 격차를 해소하지 못한다면 이송체계 개선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 응급의료는 국민 누구나 언제든 이용할 수 있어야 하는 필수 공공서비스다. 응급실을 찾아 헤매는 일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는 사회는 단순히 의료서비스의 향상이 아니라 국민의 생명권을 지키는 국가의 기본 책무를 실현하는 과정이다. '응급실 뺑뺑이 없는 응급환자 이송체계 혁신 시범사업'은 완성형 정책이 아니라 시작이다. 정책의 성과는 시스템 구축이 아니라 현장에서 얼마나 빠르고 정확하게 환자의 생명을 살려내느냐로 평가받게 될 것이다.
정부와 의료기관, 소방당국, 지방자치단체가 긴밀하게 협력하고 국민의 신뢰를 바탕으로 제도를 지속적으로 보완해 나간다면 '골든타임을 지키는 대한민국'은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닐 것이다. 응급환자가 병원을 찾지 못해 시간을 허비하는 일이 없는 사회, 그것이 이번 시범사업이 반드시 이루어야 할 가장 중요한 목표이며, 우리 모두가 함께 만들어가야 할 응급의료의 새로운 기준이다 <저작권자 ⓒ 정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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