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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1월 13일 일본 나라현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국교 정상화 60주년 이후 새로운 60년을 향한 협력 의지를 다졌다. 이 대통령과 다카이치 총리는 조세이 탄광 등 과거사 문제 협의는 물론 한반도 비핵화와 안보·경제, 지방 성장, 저출생·고령화 등 사회문제 전반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양국 정상은 이날 100분간 소인수회담과 확대회담을 갖고 공동언론발표를 통해 양국 협력을 포괄적 협력으로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오늘날 국제정세와 통상질서는 유례없이 요동치고 있으며 인공지능(AI)을 비롯한 기술 혁신은 우리의 삶과 미래를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며 "이러한 문명사적 전환기 속에서 한일 양국이 협력의 깊이를 더하고 그 범위를 넓혀 나가는 일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어 "오늘 정상회담에서 저와 다카이치 총리는 그동안 양국이 정착시켜온 셔틀외교의 토대 위에서 양국 간 미래지향적 협력을 지속하기 위한 실질적인 방안에 대해 폭넓게 논의했다"고 밝혔다.
<AI·지식재산 보호 등 협력 강화>
이 대통령은 "먼저 경제 분야에서 양국이 교역 중심의 협력을 넘어 경제안보와 과학기술, 그리고 국제규범을 함께 만들어가기 위한 포괄적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러한 협력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관계 당국 간 논의를 개시하기로 했다"며 "또한 AI, 지식재산 보호 등 분야에서 양국 간 협력을 더욱 심화하기 위한 실무협의를 이어 나가기로 했다"고 전했다. 양국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사회 협력 분야에 대해서도 심도 있게 논의했다. 이 대통령은 "양국은 지난해 출범한 '한일 공통 사회문제 협의체'를 통해 저출생과 고령화, 국토 균형성장, 농업과 방재, 자살 예방 분야의 사회문제에 대한 공동 대응 방안을 논의해 온 점을 높이 평가했다"며 "앞으로도 지방 성장 등 공통으로 직면한 과제 해결을 위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성과를 도출해 나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초국가 범죄 대응도 강화하기로 했다. 이 대통령은 "스캠(사기) 범죄를 비롯한 초국가 범죄에 대해서도 양국이 공동 대응을 강화하기로 했다"며 "우리 경찰청 주도로 발족한 국제공조협의체에 일본이 참여하고 양국 간 공조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한 합의문도 채택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제3국에서 한일 양국 국민의 안전 보호를 강화하고 세계 각국에 위협이 되는 초국가 범죄 해결에 한일 양국이 공동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양국 정상은 인적 교류 1200만 명 시대를 맞아 미래세대 간 상호 이해 증진이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의 근간이라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이를 위해 이 대통령은 청년 세대 간 교류의 양적·질적 확대 방안은 물론 출입국 간소화, 수학여행 장려 등 현재 IT 분야에 한정돼 있는 기술자격 상호 인정을 다른 분야로 확대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이 대통령은 한일 관계를 넘어 한·미·일, 한·중·일 협력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동북아 지역 한·중·일 3국이 최대한 공통점을 찾아 함께 소통하며 협력해 나갈 필요가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며 "양국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구축 의지를 재확인하고 대북정책에 있어 긴밀한 공조를 이어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조세이 탄광 희생자 DNA 감정 추진>
이날 정상회담에서는 한일 간 과거사 문제도 구체적으로 다뤘다. 이 대통령은 "일본 우베시 조세이 탄광에서 발견된 유해의 신원 확인을 위한 DNA 감정을 추진하기로 하고 구체적 사항에 대해서는 당국 간 실무 협의를 진행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조세이 탄광은 태평양전쟁 당시 130여 명의 조선인 노동자가 강제 징용된 해저 탄광으로 1942년 탄광이 무너지며 일본인을 포함해 183명의 한국인과 일본인이 수몰된 장소다. 80여 년이 지난 2025년 8월에서야 처음으로 희생자로 추정되는 유해가 발견됐다.
이 대통령은 "이번 회담을 계기로 과거사 문제에서 작지만 의미 있는 진전을 이루어 낼 수 있어 뜻깊게 생각한다"며 "오늘 한일 정상회담이 보여주는 것처럼 병오년 새해는 지난 60년의 한일 관계를 돌아보고 새로운 60년을 준비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울러 "저와 다카이치 총리가 진솔한 대화를 통해 서로를 더 깊이 이해하고 한걸음 더 가까워진 것처럼 올해 한일 양국이 더욱 밀도 있는 교류와 협력을 통해 진정으로 더 가까워지고 함께 미래를 향해 힘차게 나아가는 새로운 60년의 원년이 되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다카이치 "나라현에 외국 정상 초청은 처음">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후 나라현에 외국 정상을 초청한 것은 이 대통령이 처음"이라며 "이는 저와 대통령 간의 우정과 신뢰를 보여주는 것으로 이 같은 관계를 토대로 오늘 정상회담에서 대통령과 폭넓은 의제에 대해서 뜻깊은 의견을 나눌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양국을 둘러싼 전략적 환경이 갈수록 엄중해지는 가운데 일한 관계 그리고 일·한·미 간 연대의 중요성은 더욱더 높아지고 있다"며 "이 대통령과는 이 같은 일한 관계의 전략적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고 양국이 지역 안정에 있어서 연대해 역할을 수행해야겠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번 대통령의 일본 방문을 시작으로 올해가 양국 관계를 한층 더 높은 단계로 발전시킬 수 있는 해가 될 것이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번 정상회담은 이 대통령 취임 이후 다섯 번째 한일 정상회담이다. 이시바 시게루 전 총리가 사퇴하고 다카이치 총리가 취임한 이후로는 두 번째로 마련된 한일 정상 간 만남이기도 하다. 앞서 두 정상은 지난해 10월 말 경주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회담을 가진 바 있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이번 정상회담은 지난해 10월 다카이치 총리가 APEC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방한한 이후 불과 세 달도 지나지 않아 성사된 것"이라며 "12월 주요 20개국(G20) 회동을 포함하면 세 번째 만남"이라며 "8월 방일로 재개된 한일 정상의 셔틀외교가 완전히 정착됐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지난 두 차례 만남을 통해 한일 관계 발전 방향에 대해 정상 간 공감대가 형성된 만큼 이번에는 협력의 심도를 높이고 범위를 확대하기 위한 구체적 방안을 허심탄회하게 논의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밝혔다.
<다카이치 총리, 이 대통령 숙소까지 나와 극진 영접>
특히 이번 정상회담에선 다카이치 총리의 각별한 예우가 돋보였다. 다카이치 총리는 1월 13일 정상회담에 앞서 이 대통령이 머무는 숙소 앞으로 직접 나와 이 대통령 내외를 맞이했다. 당초 호텔 측에서 영접한다는 계획이었지만 다카이치 총리가 직접 온 것이다. 이에 이 대통령은 "이렇게 격을 깨고 환영해 주시면 저희가 몸 둘 바를 모르겠다"며 "일본 국민들도 그렇겠지만 대한민국 국민도 총리의 이런 모습에 정말로 감사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한국과 일본을 상징하는 파란색과 빨간색을 섞은 보라색 넥타이를 착용했다. 이는 한국과 일본의 조화와 연결을 의미한다.
한편 이번 정상회담이 열린 나라시는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고도(古都)로 약 1500년 전 고대 한반도와 일본 간의 인연이 이어져 온 한일 교류의 상징적 장소로 꼽힌다. 나라는 또 다카이치 총리의 고향이자 지역구이기도 하다. 이 대통령은 "먼 옛날 이곳에서 우리의 조상들은 마음의 문을 열고 기술과 문화를 나누며 함께 발전해왔다"며 "오늘 저는 1500여 년 전 이곳 나라에서 시작된 교류의 역사를 통해 '옛것을 익혀 새로운 것을 안다'는 온고지신(溫故知新)의 지혜를 떠올린다"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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