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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중동지역의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국제 원자재 가격과 물류비가 급등하고 있다. 이러한 외부 충격은 국내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특히 공공계약을 수행하는 기업들에게는 예측하기 어려운 비용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문제는 현행 공공계약 제도가 이러한 급격한 환경 변화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공공계약은 통상 계약 체결 시점의 가격과 조건을 기준으로 이행되며, 일정한 요건을 충족할 경우에만 계약금액 조정이 가능하다. 그러나 전쟁과 같은 비상 상황에서 발생하는 급격한 원가 상승은 기존의 경직된 조정요건으로는 대응이 어렵다.
정부가 중동전쟁과 관련해 공공계약 참여 기업의 부담을 덜어 주기 위해 계약금액 조정 요건을 완화해 기존 '계약 후 90일 이후'로 제한했던 조정 시점을 '90일 이내'로 앞당기기로 했다.또한, 특정 자재 가격이 15% 이상 급등하면 해당 자재 비용을 즉시 계약금액에 반영하는 한편, 원자재 수급 차질 등으로 계약 이행이 늦어지면 납품기한을 연장하고 지체보상금을 면제한다.재정경제부는 1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구윤철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 주재로 비상경제본부 회의 겸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어 중동전쟁 관련 공공계약 지원 조치를 논의했다고 밝혔다.
우선, 계약금액 조정 요건을 완화한다.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계약금액 조정이 필요하면 계약체결일 또는 직전 조정기준일부터 90일 이내라도 계약금액을 조정할 수 있게 된다. 아울러, 공사계약의 경우 아스콘 등 특정 자재 가격 급등 때 단품 물가변동 조정제도를 활용해 해당 자재에 대한 계약 금액을 조정한다. 공사비의 0.5% 이상을 차지하는 자재 가격이 15% 이상 상승하면 전체 물가 상승률과 관계없이 해당 자재 비용을 계약금액에 반영할 수 있다. 이어서, 납기 지연에 따른 부담도 줄인다.
공공계약 전 분야에서 원자재 수급 차질 등으로 계약 이행이 늦어지면 납품기한을 연장하고 이 기간 지체상금은 면제하는 한편, 추가 비용은 실비 범위 내에서 계약금액에 반영한다. 또한, 입찰보증금 부담도 낮춘다. 공공계약 전 분야에서 입찰보증금 면제를 적극 활용하고, 필요하면 지급 각서로 대체하도록 했다. 정부는 이와 함께, 공사원가 관리를 강화하고 공공 발주기관을 지원한다. 이를 위해 주요 건설자재에 대한 가격조사 주기 단축 등 가격 모니터링을 강화한다. 주요 건설자재 가격 조사 주기를 기존 반기에서 월 단위로 단축하고, 유류·나프타 등 변동성이 큰 자재는 주 단위로 관리한다.
철강재, 목재, 전력케이블 등 1500여 자재를 대상으로 가격이 직전 조사 대비 5% 이상 상승하면 즉시 공사원가에 반영한다.물가조사기관과 관련 협회 등이 참여하는 민·관 협의체를 통해 시장 상황을 반영해 조사 주기별 자재 목록도 현행화한다. 또한, 신속한 물가변동 금액 조정을 위한 업체 및 공공 발주기관을 지원한다. 업체에는 조달청 표준 서식, 공공 발주기관에는 물가변동률 산정 서비스(나라장터) 활용을 독려해 신속한 계약금액 조정을 유도하고, 물가변동으로 인한 증액(ES) 징후는 매월 홈페이지에 공고한다.
예컨대 원자재 가격이 단기간에 급등하거나 환율 변동성이 확대될 경우, 기업은 계약 이행 과정에서 심각한 손실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이러한 구조는 단순히 개별 기업의 어려움에 그치지 않는다. 과도한 손실 부담은 계약 포기, 공사 지연, 품질 저하 등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이는 결국 공공서비스의 안정성과 효율성을 저해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즉, 공공계약의 경직성은 국가 전체의 비용 증가로 귀결될 수 있다. 따라서 중동전쟁과 같은 외부 충격 상황에서는 계약금액 조정요건을 한시적으로 완화할 필요가 있다.
첫째, 조정 요건의 발동 기준을 보다 현실화해야 한다. 기존에는 일정 수준 이상의 가격 변동이 장기간 지속되어야 조정이 가능했지만, 단기 급등에도 신속히 대응할 수 있도록 기준을 유연하게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 둘째, 조정 절차를 간소화하여 기업이 적시에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복잡한 심사 과정은 오히려 문제 해결을 지연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셋째, 특정 품목이나 산업에 대한 선별적 지원도 고려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원자재 의존도가 높은 건설·제조 분야는 외부 충격에 특히 취약하므로 보다 적극적인 보호 장치가 요구된다.
넷째, 사후 정산 방식이 아닌 사전적 리스크 분담 구조를 도입하는 것도 중장기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물론 계약금액 조정요건 완화는 재정 부담 증가라는 우려를 동반한다. 그러나 이는 단기적 관점에서의 비용일 뿐, 장기적으로는 계약 안정성과 산업 생태계 유지를 통해 더 큰 사회적 비용을 예방하는 투자로 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무분별한 지원이 아니라, 객관적이고 투명한 기준에 기반한 합리적 조정이다. 결국 공공계약 제도의 목적은 단순한 비용 절감이 아니라 안정적인 공공서비스 제공에 있다. 변화하는 국제 환경 속에서 제도의 유연성을 확보하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중동전쟁이라는 외부 충격을 계기로, 보다 현실적이고 지속가능한 공공계약 체계로의 전환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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