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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원·하청 상생과 노동시장 격차 해소에 정부가 모든 역량을 발휘해야 한다

김창석 국장 | 기사입력 2026/04/11 [20:50]

[칼럼] 원·하청 상생과 노동시장 격차 해소에 정부가 모든 역량을 발휘해야 한다

김창석 국장 | 입력 : 2026/04/11 [20:50]

 

우리 경제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가로막는 구조적 문제 가운데 하나는 원청과 하청 간의 불균형, 그리고 그로부터 파생되는 노동시장 격차다. 같은 산업 안에서도 기업 규모와 지위에 따라 임금과 근로조건이 크게 갈리는 현실은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 이러한 격차는 단순한 소득 문제를 넘어 사회 통합을 저해하고, 청년층의 미래 기대를 약화시키며, 장기적으로 국가 경쟁력까지 훼손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하청 구조에서 발생하는 가장 큰 문제는 책임과 이익의 불균형이다.

 

개정 노동조합법이 시행된 지 한 달이 지난 가운데, 전국 372개 원청 사업장을 대상으로 1011개 하청 노조·지부·지회가 교섭을 요구한 것으로 집계됐다고용노동부는 410일 법 시행 1개월을 맞아 현장 운영 현황을 발표하고, 제도가 법령에서 예정한 절차에 따라 단계적으로 안착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부문별로는 민간 부문에서 216개 원청을 대상으로 616개 하청 노조가, 공공 부문에서는 156개 원청을 대상으로 395개 하청 노조가 교섭을 요구했다

 

상급단체별로는 민주노총 소속이 356개 사업장으로 가장 많았고, 한국노총 344개 사업장, 미가맹 52개 사업장이 뒤를 이었다. 원청 사업장 기준으로 노조가 2개 이상인 곳은 144개소, 3개 이상인 곳은 236개소였다.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하며 실제 절차에 들어간 원청은 33개소이며, 이 중 교섭 요구 노동조합 확정공고까지 완료한 곳은 19개소다. 한동대학교는 49일 하청 노조와 첫 상견례를 갖는 등 실질적 교섭에 돌입했다. 법 시행 초기인 만큼 사용자성 판단 사례가 충분하지 않아, 상당수 원청은 노동위원회를 통해 사용자성 여부를 확인한 뒤 교섭에 나서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현재 교섭요구 사실 미공고 시정신청은 사용자성이 인정된 6건을 제외하고 54건이 진행 중이다충남지방노동위원회는 42일 한국자산관리공사·한국원자력연구원·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한국표준과학연구원 등 4개사에 대해, 경북지방노동위원회는 46일 한국산업단지공단에 대해 사용자성을 인정했다해당 원청들은 결정 직후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하며 절차를 밟고 있다.한편, 48일부터는 노동위원회의 교섭단위 분리 결정도 본격화됐다

 

은행-콜센터 직무, 한국전력공사 배전사업 부문은 직무 특성에 따라 분리가 인정됐고, 인천국제공항공사와 동희오토는 노동조합 상급단체별로 교섭단위가 나뉘었다반면 SK에너지·에쓰오일·고려아연의 분리 신청은 기각됐다고용노동부는 이번 결정들이 원·하청 교섭의 특수성, 즉 노조 간 소속 기업이 달라 이해관계·직무·노조 성격이 상이하다는 점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용노동부는 앞으로도 현장 질의와 애로사항을 면밀히 점검하고, ·하청 교섭이 법·제도의 틀 안에서 질서 있게 진행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지원해 나갈 계획이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개정 노동조합법은 원·하청 간 대화를 제도화하기 위한 '대화촉진법'으로, 교섭 절차는 안정적 대화의 틀을 형성해 나가는 과정"이라며 "·하청 상생과 노동시장 격차 해소에 기여할 수 있도록 정부가 모든 역량을 다해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원청 기업은 높은 수익과 안정적인 지위를 확보하는 반면, 하청 기업과 그 노동자들은 낮은 단가와 불안정한 고용에 내몰린다. 이 과정에서 위험은 아래로 전가되고, 보상은 위로 집중되는 구조가 고착화된다. 그 결과 동일한 일을 하더라도 노동의 가치가 공정하게 평가받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이러한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시장의 자율에만 맡겨서는 한계가 분명하다.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과 조정이 필요하다. 우선, 공정한 거래 질서를 확립하는 것이 핵심이다.

 

원청의 단가 후려치기나 일방적인 계약 변경을 근절하고, 하청 기업이 정당한 대가를 받을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강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하도급 관련 법 집행을 보다 엄격히 하고, 위반 시 실효성 있는 제재를 부과해야 한다. 또한 노동시장 내부의 격차를 완화하기 위한 정책도 병행되어야 한다.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점진적으로 확대 적용하고, 비정규직과 하청 노동자에 대한 보호 장치를 강화해야 한다. 특히 안전과 관련된 문제에서는 어떠한 타협도 있어서는 안 된다. 위험의 외주화를 막고, 산업재해에 대한 원청의 책임을 명확히 하는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

 

정부는 단순한 규제자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산업 전반의 구조를 개선하는 촉진자로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상생 협력 모델을 확산시키고, 원청과 하청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인센티브 체계를 설계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협력업체와의 이익 공유, 기술 지원, 장기 계약 체결 등을 장려하는 정책이 그 대안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책의 일관성과 실행력이다. 여러 차례 유사한 대책이 발표되었지만 현장의 체감도는 여전히 낮다. 이는 정책이 선언에 그치거나, 이해관계에 밀려 제대로 집행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제는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내야 할 시점이다.

 

정부가 모든 역량을 집중해 구조적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 ·하청 상생과 노동시장 격차 해소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필수 과제다. 공정하고 지속가능한 경제로 나아가기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숙제다. 정부, 기업, 노동자 모두의 책임 있는 참여와 협력이 요구되는 가운데, 그 중심에서 방향을 잡고 실행을 이끌 주체는 결국 정부다. 지금이야말로 강력한 의지와 실천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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