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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문기자협회 김정훈 사무처장
지난 몇 해 동안 대한민국은 매년 봄이면 어김없이 대형 산불에 시달리고 있다. 강원도, 경상북도 등 동해안 지역은 특히 심각한 피해를 입었고, 수천 헥타르에 달하는 산림이 잿더미로 변했다. 고온·건조한 기후와 강풍이 주요 원인으로 지적되지만, 문제의 근본은 단순한 자연 현상에 있지 않다. 우리는 이 사태를 야기한 구조적인 원인을 직시해야 하며, 특히 산림청의 잘못된 산림관리 정책을 정면으로 다뤄야 한다.
한국 산림의 상당수는 1970~80년대 대대적인 조림 사업으로 형성으며, 이 과정에서 빠른 생장이 가능한 소나무가 집중적으로 심어졌다. 그러나 소나무는 기름기 많은 수지(송진)를 다량 함유하고 있어, 화재 발생 시 불길을 빠르게 확산시키는 대표적인 화재 취약 수종이다. 최근 대형 산불에서 나타난 특성은 불길이 임도를 넘어 뛰어오르고, 산 전체로 순식간에 번지는 현상인데, 이는 동질적이고 단일 수종으로 이뤄진 산림 생태계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산림청은 산불 예방과 산림 관리의 효율성을 높인다는 명목으로 전국에 걸쳐 임도(산림도로)를 확장하고 있다. 하지만 실상 많은 임도는 산림을 단절시키고, 산지의 생태계 파괴는 물론 산불 확산 경로로 악용되기도 한다. 특히 불법 벌목, 무분별한 간벌 작업 등과 연계되며, 오히려 산림의 자생력과 회복력을 저해하는 역효과를 낳고 있다. 게다가, 임도는 중장비 진입을 용이하게 만들지만, 급경사 지역이나 생태적으로 민감한 구역에까지 무리하게 설치되면서 산림의 자연재해 완충 능력을 약화시키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즉, ‘산불 진화 접근로’로 포장된 임도가 오히려 대형 산불의 취약 지점을 만들어내고 있는 셈이다.
지속가능한 산림을 위해서는 소나무 일변도의 단일 수종 식재 정책에서 벗어나야 한다. 활엽수와 침엽수가 어우러진 혼효림 구조로 전환하고, 지역 생태에 맞는 자생종 중심의 숲을 조성해야 한다. 다양한 수종은 병충해나 화재에 대한 저항력과 회복력을 높이며, 숲의 생물다양성도 증진시킨다. 산불 진화보다 더 중요한 것은 예방이다. 무분별한 임도 확장보다, 사전 감시 체계와 지역 주민과 연계된 산불 감시 인프라 구축, ICT 기반의 실시간 감시 시스템 도입이 우선돼야 한다. 또한, 산불 취약 지역에는 완충 지대(방화선) 설치, 산불 저항 수종 식재 등 장기적 대책이 필요하다.
산림 정책은 단순한 경제적 효율성이나 양적 목표보다 생태계의 건강성과 회복력을 최우선 가치로 삼아야 한다. 지역 공동체와 협력하여 지역 맞춤형 산림 관리 모델을 구축하고, 산불 발생 이후에는 단기 복구가 아닌 생태 복원 원칙에 기반한 복구가 이뤄져야 한다. 기후위기의 시대에 산불은 단지 ‘계절적 재난’이 아니라, 구조적인 위험이다. 숲은 대한민국의 중요한 생태 자산이자 미래 세대에게 물려줘야 할 공공재다. 대형 산불이 반복되는 현실 앞에서, 산림청과 정부는 지금까지의 정책을 냉정하게 되돌아보고, 근본적인 전환을 모색해야 한다. 숲의 미래는 더 이상 소나무만으로 지킬 수 없다. <저작권자 ⓒ 정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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