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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문기자협회 김정훈 사무처장
경기도가 15년 넘게 지켜온 모범적 정책 하나가 지금 위기를 맞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이 최근 학교에 보낸 ‘동일 업체와 5회 이상 수의계약 금지’ 지침이 바로 그것이다. 겉보기에 투명한 계약 절차를 위한 행정 지침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경기도 친환경 학교급식의 철학과 지속 가능성을 뿌리째 흔드는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경기도의 친환경 급식은 단순한 식자재 공급을 넘어선 교육적 가치와 지역 경제 상생의 상징이었다. 2004년 조례 제정을 시작으로, 2009년부터는 본격적인 예산 공동 분담과 시범사업을 통해 전국적으로 주목받는 친환경 급식 모델로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건강한 음식을 먹고, 지역 농가는 안정적인 판로를 통해 지속 가능한 생존 기반을 마련해 왔다. 이 모든 것이 지역 사회와의 협력, 계약재배 시스템, 품질 및 안전 관리 체계 위에서 작동되어 온 결과다. 그런데 도교육청의 이번 지침은 이러한 구조를 일거에 무너뜨릴 위험이 있다. 농산물은 공산품이 아니다. 단기간의 가격 경쟁 중심 입찰 방식으로는 품질을 담보할 수 없고, 계약재배를 통해 확보해 온 안정성과 안전성도 확보하기 어렵다. 안광률 경기도의회 교육기획위원장이 지적했듯, 이는 “학생의 건강권과 농민의 생존권”을 동시에 위협하는 조치다.
더 큰 문제는 절차의 문제다. 경기도의회 및 지역 농가와의 충분한 논의나 협의 없이 도교육청이 일방적으로 지침을 내려보낸 것은 교육행정의 공공성과 협력 정신을 저버린 행위다. 학교급식은 교육과 농업, 복지가 만나는 융합 정책이다. 따라서 어느 한 쪽의 입장만으로 밀어붙여서는 안 된다. 행정 편의성과 절차적 형평성만을 이유로 정책의 본질과 철학을 무시하는 결정은 그 어떤 명분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물론 계약 방식의 개선과 투명성 강화는 필요하다. 하지만 그 방식이 기존의 친환경 급식 생태계를 파괴하는 방향이어서는 안 된다.
지금은 가격 중심의 경쟁 시스템이 아닌, 지속 가능한 공급체계와 건강한 식문화 교육이라는 대원칙을 지켜야 할 때다. 친환경 급식의 가치는 ‘가격’이 아니라 ‘신뢰’ 위에 세워져 있기 때문이다. 지금이라도 경기도교육청은 도의회, 농수산진흥원, 친환경 농가 등과 머리를 맞대고 문제의 본질을 직시해야 한다. 단기적인 행정 효율이 아닌, 장기적인 정책 신뢰와 지속 가능성 확보를 위해 소통과 조정이 필요하다. 만약 이 지침이 원안대로 강행된다면, 이는 단지 한 가지 계약 방식의 변화가 아니라, 경기도가 전국에 자랑해 온 친환경 급식 모델의 붕괴를 의미하게 될 것이다. 아이들이 매일 먹는 밥상에는 단지 영양소만 담겨 있는 것이 아니다. 그 안에는 교육의 가치, 지역과의 약속, 그리고 지속 가능한 미래에 대한 비전이 담겨 있다. 경기도교육청은 그 무게를 잊지 말아야 한다. <저작권자 ⓒ 정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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