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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충주맨처럼 하라’는 주문이 지방자치 홍보를 망치는 이유

정필 | 기사입력 2025/12/09 [13:06]

[기고] ‘충주맨처럼 하라’는 주문이 지방자치 홍보를 망치는 이유

정필 | 입력 : 2025/12/09 [13:06]

 

한국전문기자협회 김정훈 사무처장

 

요즘 지방자치단체 홍보 현장에서 자주 들리는 말이 있다. “충주맨처럼 해봐요.”, “더 튀게, 더 웃기게, 밈처럼 만들어야죠.” 어디서 시작됐을까. 일부 지자체의 유쾌한 캐릭터 행정, 이른바 충주맨식 홍보가 전국적인 주목을 받으면서, 마치 그것이 모든 지방정부 홍보의 정답인 듯 인식이 굳어졌다. 그러나 문제는 그 방식이 전략이 아니라 강요로 변질되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홍보는 흉내로 되는 일이 아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흥행은 모방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성공 사례의 본질은 캐릭터가 아니라 맥락이다.

 

충주맨이 성공한 이유는 단순히 웃겨서가 아니다. 담당자의 기획 역량, 개인의 캐릭터, 기관장의 수용도, 지역 특성, 조직 문화, 심지어 까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그러나 많은 기관은 이 모든 맥락을 제거한 채, 단지 우리도 그렇게 해라는 지시만을 남긴다.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성공 요인의 분석은 사라지고, 결과물만 복제하라는 지시는 현장을 혼란에 빠뜨린다. 홍보팀은 개그팀이 아니다 공공기관 홍보의 본질은 재미가 아니다. 신뢰, 정확성, 공익성이 중심이다. 그럼에도 실무자들은 요즘 이런 요구를 받는다.

 

좀 웃기게 해봐.”, “요즘 MZ한 감성으로.”, “밈 하나 넣어.”, “이 정도로는 안 터져.” 정작 어떤 정책을 어떤 대상으로, 어떤 메시지 전략으로 전달할 것인지는 논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콘텐츠의 질보다 조회수가 평가 기준이 되고, 홍보팀은 어느새 공공 소통을 담당하는 조직이 아니라 조회수 생산 부서로 전락한다. 정책을 설명해야 할 사람에게 예능을 요구하는 구조로 이것은 역할의 왜곡이며, 전문성의 부정이다. 가장 큰 피해자는 홍보 실무자. 지자체 홍보팀 실무자들의 고충은 날로 깊어진다.

 

첫째, 성과는 요구되고 권한은 없다. 영상이 잘 안 나오면 책임은 홍보팀이 진다. 그러나 편집 방향, 콘셉트 설정, 출연 여부, 메시지 톤에 대한 결정권은 대부분 상층부에 있다. 둘째, 개인의 캐릭터가 업무가 된다. 누군가는 카메라 앞에 서는 것이 고역이다. 그러나 튀는 담당자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반강제적 출연이 이뤄지기도 한다. 공무원에게 연기력, 예능감, 개인기까지 요구되는 현실은 과연 정상인가.

 

셋째, 업무 범위가 무한 확장된다. 기획, 촬영, 편집, 출연, 채널 관리, 댓글 대응, 성과 보고까지 모든 일이 소수 인원에게 집중된다. 그 결과 실제 정책 홍보를 위한 전략 수립과 분석 업무는 뒷전으로 밀린다. 넷째, 실패하면 개인 책임이 된다. 조직이 시키고 조직이 승인한 콘텐츠임에도 불구하고 반응이 나쁘면 기획이 별로라는 말과 함께 실무자만 이름이 남는다. 공공 홍보는 가 아니라 소통이다. 홍보는 웃음을 파는 일이 아니다.

 

행정은 예능이 아니다. 공공 홍보는 시민에게 필요한 정보를 정확하고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일이다. 때로는 웃음이 도구가 될 수는 있다. 그러나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결국 질문은 이것이다. 우리는 시민에게 정보를 전달하려는가, 아니면 조회수를 만들어내려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 없이 충주맨처럼 하라는 말만 반복된다면, 이는 전략이 아니라 회피다. 정책을 어떻게 설명할지 고민하기보다, ‘흥행의 책임을 홍보팀에 떠넘기는 문화에 가깝다.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지방자치 홍보에서 진짜 필요한 것은 유행 따라 하기보다 다음 세 가지다. 지역에 맞는 소통 전략, 실무자를 보호하는 명확한 의사결정 구조, ‘콘텐츠 생산자가 아닌 공공 커뮤니케이터로서의 전문성 존중이다. 모두가 충주맨이 될 필요는 없다. 되어서도 안 된다. 각 지역은 각자의 언어로 말해야 한다. 홍보팀도 자기 역할에 맞는 방식으로 일할 수 있어야 한다. 행정의 품격은 웃음의 크기가 아니라, 신뢰의 깊이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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